남성인데 여성처럼 유방이 발달한 사람이 있다. '여유증' 환자다. 여유증 환자의 4분의 3 정도는 양쪽 유방 모두 크기가 크고, 일부는 한쪽 유방만 크다. 가슴 크기 외에도 유두 주변으로 멍울이 만져지기도 하며, 가슴을 만질 때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여유증으로 진료받은 남성은 25,423명이다. 2016년 15,591명에서 63.1%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증가율은 13%다. 2020년 전체 여유증 진료 인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로 전체의 34.7%를 차지했다. 이어 30대가 16.7%, 19세 이하가 15% 순이다. 20대 환자가 가장 많은 이유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성형외과 전여름 교수는 “20대는 신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시기라 사춘기 이후에도 생리학적 여성형 유방이 호전되지 않으면 치료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추측하며 "해외 연구결과에서는 20대의 진단율이 가장 높은 이유로 스테로이드 성분이 포함된 근력보충제 사용을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여유증은 크게 '진성 여유증'과 '가성 여유증'으로 나뉜다. 진성 여유증은 유선 조직이 발달해서 생긴다. 유선 조직은 남녀 모두에게 있으나 남성에게서는 거의 발달하지 않는데, 진성 여유증 환자는 이 조직이 증식된 상태인 것. 이와 달리, 가성 여유증은 가슴에 지방이 축적돼 생긴다.
진성 여유증이 생기는 원인먼저, 생리적인 원인이 있다. 신생아, 사춘기, 그리고 50세 이후 남성에서는 여성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의 불균형이 발생해, 즉 여성호르몬이 더 많아서 여유증이 생길 수 있다. 생리적인 원인이라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호전되기에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병적인 원인으로 인해 여유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만, 유전자의 이상이나 뇌하수체, 갑상선, 간, 신장, 생식선 등의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또, 혈압약, 항생제, 위궤양 치료제, 탈모약, 정신과 약물, 전립선약 등을 복용하거나 성장호르몬 주사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물론 원인을 알 수 없는 여유증도 있다. 호르몬 불균형과 기저질환이 없거나 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여성형 유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여유증 진단과 치료유방 초음파를 받으면 유선 조직이 발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선 조직이 발달하지 않고 유방만 발달했다면 가성 여유증 상태다. 또, 기저질환과 호르몬의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간기능, 신장기능, 갑상선 기능 등의 혈액검사와 호르몬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치료의 최우선은 여유증 원인이 될 만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라면 약을 변경하거나 중단하는 것이다. 기저질환이 있다면 그 질환부터 치료해야 한다. 검사 결과, 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이라면 여성호르몬을 감소시키거나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 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로도 유방이 줄어들지 않거나 빠른 개선을 원한다면, 수술을 진행한다. 유선 조직이 증식되지 않고 지방만 발달한 가성 여유증 환자는 먼저 체중을 감량하고, 살을 빼도 효과가 충분치 않다면 지방 흡입술을 시행한다.지방 조직뿐만 아니라 유선 조직도 발달한 진성 여유증 환자는 지방 흡입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유륜의 둘레를 절개하는 유선 조직 절제술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 단, 청소년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청소년기에 발생한 여성형 유방은 1~3년에 걸쳐 75~90%에서 자연스럽게 호전되기 때문. 따라서 만 18세 미만에서 여유증이 발생했다면 6개월 이상 추적 관찰을 진행한 이후, 호전되지 않을 때 수술받는 것이 좋다.
여유증과 유방암의 관련성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1% 미만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주된 원인은 유방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인데, 이 경우 유방암이나 난소암의 가족력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또, 클라인펠터 증후군이나 전립선암 치료, 비만 그리고 호르몬 불균형도 남성 유방암의 원인으로 꼽힌다. 체내 여성호르몬 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여유증 발생뿐만 아니라 남성 유방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성형 유방 자체가 남성 유방암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근거는 없다.